흐르는 바람의 색들을 그릴 수 있나요?
강영진 ( 의사, 전 뉴욕 콜럼비아대학 교수)
"흐르는 바람의 색들을 그릴 수 있나요?"
-Lyrics from Pocahontas by Disney Classic-
누군가가 이 질문에 답을 찾고 있다면 나는 전지연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서정적인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그녀의 작품에는 외관상 정지되어 있는 듯한 견고한 유기체가 있고, 때론 화려하고 따뜻하기도 하지만 강철같이 차가운 배경의 공간속에 함께 흐르고 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흐름” 이라는 시리즈 중에 마치 우주선처럼 생긴 “얼개”라고 불리는 구조물들은 선과 면으로 연결되어 있고 추상적인 형태로 보이기도 하지만 연결된 모든 요소들은 구체적인 느낌으로 전달된다.
작가는 생동감 있는 색과 강렬한 선들을 강조하며 우리의 생활 속에서 느끼는 치유와 조화를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자 한다. 다른 미디움과 재료를 혼합하여 질감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작가의 섬세한 차별된 붓 터치는 미디움과 질감을 적절히 이용한 느낌의 차이로 다른 흐름의 에너지를 생성하기도 한다.“인생자체가 추상적 작업”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기쁨과 아픔들은 추상적 흔적으로 화면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아름다운 만남과 아픈 이별의 이야기들 그때그때마다 달라지는 작품의 붓질처럼 작품속에 이야기는 새롭게 만들어진다. 추상은 추상이기에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작가의 의지처럼 다 똑같이 보이는 대로 믿고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의 바램은 자신의 작품을 보는 이들이 그림을 통해 뭔가 위로를 얻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얼개의 “흐름”은 그것이 조화롭던 그렇지 못하던 삶의 단면들인 인생의 여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얼개 주위를 감도는 보이지 않는 기류처럼 사람들의 감정은 매 순간 변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얼개가 시간이 미래를 향해 가듯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떠나온 그 본향을 그리워하는 회귀본능처럼 … 작품속에 얼개의 흐름은 우리들의 인생의 모습이다. 그 작품에 표현되는 얼개와 배경의 색채와 모양과 질감은 살면서 부딪치는 존재와 상황의 표현들이다.
또한 작품에 가까이 직면하게 되면 질감과 재료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그 변화로 생성된 에너지가 “흐름” 의 조화를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해준다. 배경 역시 여정의 상처와 난류의 어려움들을 모래알갱이처럼 거친 표면으로 혹은 매끈함으로 절묘하게 변화를 주고 있다. 영원한 치유는 항해가 끝나고 본향에 다다를 때까지 결코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작품시리즈 “흐름” 은 치유의 에너지 이며 삶의 조화이다. 그 에너지는 작품 속에서 작가의 작업을 통해 색과 모양의 흐름을 구성하고 형성되는 기류의 (바람) 형태와 색채가 조화를 이루듯이 …“Flowing”은 “흐름”을 타고 얼개와 어울리며 수를 놓듯이 색과 모양으로 또 다른 흔적을 남긴다. 그녀의 작업은 흐르는 바람을 일으키며 본향을 향하는 얼개처럼"Flowing" 은 계속된다.